재고회전율이 뭔데? 실무자가 진짜로 보는 방법
창고에 돈이 묶여 있다
가구회사에서 SCM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재고가 너무 많다.”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다. 창고에 물건이 쌓여 있으면 안심 아닌가? 팔 게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아니었다. 창고에 쌓인 재고가 전부 돈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서야 달라졌다. 물건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있는 동안, 그 돈은 잠들어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 쓰지도, 이자도 없이.
그래서 SCM에서 재고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재고회전율이다.
재고회전율이 뭔데?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재고회전율 = 얼마나 빠르게 팔고, 다시 채우고 있는지를 보는 숫자
공식은 간단하다.
재고회전율 = 매출액 ÷ 재고금액
예를 들어 이번 달에 1억 원을 팔았고, 지금 창고에 1억 원어치 재고가 있다면:
재고회전율 = 1억 ÷ 1억 = 1
회전율이 1이라는 건, 지금 창고에 있는 걸 다 팔면 딱 한 달치 매출이 된다는 뜻이다.
편의점 냉장고로 이해해보자
편의점 냉장고를 생각해보자.
콜라가 하루에 10개 팔린다. 냉장고에는 10개가 들어 있다. 아침에 채우면 저녁에 딱 비워진다. 다음날 아침 또 채운다.
→ 회전율이 높다. 재고가 빠르게 돌고 있다. 좋은 상태다.
이번엔 계절 한정 음료를 생각해보자. 겨울에 열심히 발주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졌다. 냉장고에 20개가 있는데 하루에 1개도 안 팔린다.
→ 회전율이 낮다. 재고가 잠들어 있다. 돈이 묶였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잘 팔리는 제품은 금방 나가고 자리를 채운다. 안 팔리는 제품은 창고 한 켠에서 몇 달째 자리를 차지한다.
실무에서는 어떻게 쓰나?
내가 일하는 곳에서 재고회전율은 1순위 KPI다. 매주 들여다본다.
기준은 이렇다.
| 회전율 | 의미 | 상태 |
|---|---|---|
| 2 이상 | 재고가 0.5개월치 미만 | 너무 적을 수도 있음 (결품 위험) |
| 1 내외 | 재고가 약 1개월치 | 이상적인 상태 |
| 0.5 이하 | 재고가 2개월치 이상 | 재고 과다, 관리 필요 |
| 0.1 이하 | 재고가 10개월치 이상 | 불량재고, 폐기 대상 검토 |
회전율 1이 기준이 되는 이유가 있다. 평균 리드타임(주문 후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개월이면, 딱 1개월치 재고를 갖고 있어야 충분하다. 더 많으면 돈이 묶이는 것이고, 더 적으면 결품 위험이 있다.
낮은 회전율이 만들어내는 현실
회전율이 낮으면 어떻게 될까?
1. 창고 공간이 부족해진다
안 팔리는 제품이 창고를 차지하면, 잘 팔리는 제품을 넣을 자리가 없어진다. 추가 창고를 빌려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건 그대로 비용이다.
2. 폐기 재고가 쌓인다
가구는 트렌드가 바뀐다. 작년에 잘 팔렸던 디자인이 올해는 안 팔릴 수 있다. 사양이 변경되면 이전 모델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다. 이 재고들은 결국 폐기 대상이 된다.
수십억 규모의 폐기 대상 재고가 발생하는 것, 실무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3. 현금 흐름이 막힌다
재고는 돈이다. 안 팔리는 재고에 묶인 돈만큼,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없다. 신제품 개발, 마케팅, 인력… 다 돈이 필요한 일이다.
제품마다 다르게 봐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모든 제품을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가구회사에는 수백 개, 많으면 수천 개의 제품이 있다. 인기 상품 하나와 틈새 상품 하나의 회전율이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제품을 등급으로 나눈다.
- A등급: 잘 팔리는 상위 20% 제품. 회전율이 높아야 하고, 결품이 나면 안 된다.
- B등급: 중간 20~50%. 적당한 재고 유지.
- C등급: 나머지 50%. 재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 등급에 따라 안전재고 설정, 발주 주기, 재고 목표가 달라진다. 하나의 기준을 모든 제품에 적용하면 A등급은 항상 결품이 나고, C등급은 창고가 항상 넘친다.
회전율을 높이려면?
두 가지 방향이 있다.
1. 분자를 키운다 (매출을 늘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쉽지 않다. 프로모션, 가격 조정, 채널 확대. SCM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업, 마케팅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2. 분모를 줄인다 (재고를 줄인다)
이게 SCM이 직접 할 수 있는 영역이다.
- 수요예측 정확도 높이기: 예측이 정확할수록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쌓아둔다.
- 리드타임 단축: 주문에서 입고까지 시간이 짧을수록 재고를 적게 가져도 된다.
- 느리게 팔리는 제품 빠르게 소진: 할인 행사, 묶음 판매, 다른 채널 활용.
이 셋 다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SCM이 있는 것이고.
정리
재고회전율은 창고의 체온계다. 숫자 하나가 “지금 재고 상태가 건강한가”를 알려준다.
- 회전율 높다 = 잘 팔리고 있다, 재고가 효율적으로 돌고 있다
- 회전율 낮다 = 창고에 돈이 묶여 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이 숫자를 이해하면, 단순히 “물건이 많다 적다”를 넘어서 돈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며
SCM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재고는 악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물론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있다. 재고는 관리하지 않으면 돈을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재고가 없으면 물건을 못 판다. 균형이 핵심이다.
재고회전율은 그 균형을 숫자로 보여주는 도구다.
다음 글은 수요예측, 왜 맨날 틀릴까? — 실무에서 예측이 얼마나 어렵고, 어떻게 틀림을 줄이는지.
가구업계 SCM 실무자가 쓰는 공급망 이야기.